교회, 교회생활, 목회자

담임목사(혹은 부목사) 사모에 대하여

love-history 2023. 10. 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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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로서 교회 면접을 하다 보면
면접 횟수를 더해갈 수록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모'에 대한 것이다.
 
일단 '담임목사 면접'인데
'사모' 이력서를 내라 한다.
'사모' 자기소개서도 내라 한다.
'사모' 건강진단서도 내야 한다.
 
이게 왜 필요한거지?
면접을 하면서 봐도
사모에 대한 이정도나 되는 정보가
왜 필요한지 나는 모르겠다.
 
교회에서 사모에게 요구하는 걸 보면
또 이게 뭔가 싶다.
사모는 '모든 예배를 다 참석해야' 한단다.
사모는 '담임목사의 심방에 동행해야' 한단다.
사모는 '여성 교인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단다.
사모는 '시간을 내서 교인들을 위해 기도해줘야' 한단다.
사모는 '교회가 필요할 때는 교육도 해야' 한단다.
사모는 '반주도 해야' 한단다.
사모는 '담임목사의 목회에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한단다.
 
벌써 숨이 턱턱 막히지 않는가?
 
그러면서 담임목사 사모는 
'일반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교회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례비 공개.
대부분은 300만원 전후다.
300만원 안되는 교회가 부지기수.
 
어떤교회는 교회 재정이 없어서라 하고,
또 어떤 교회는 
목회자가 돈 밝히면 안된단다.
 
사례는 그만큼인데 
사모도 일 못하게 하면
'아이는 어떻게 키우지?'
목사 자녀는 학원도 안보내고
그냥 밥만 먹고 학교만 보내고 그러면 되나?
 
적어도 
사모까지 교회 일을 시키려면!
사모가 하는 일만큼 
사모의 사례를 하는게 정상이지 않은가?
 
그러나 사모의 사례는 없다고 한다.
'그런게 어디있냐?'는 반문 뿐이다. 
 
'왜? 여자라서?'
이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건가?
사모는 온갖일에 동원되고
자유도 없는데
사례비조차도 없다. 
아이를 원하는대로 키울 여력도 주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아이가 좀 삐뚤어지면
그 목회자 집안을 얼마나 비난을 하는가?

요즘 세간도 비난하는
2인분 같은 1인분이 이거 아닌가!
사모에 대해서는 5인분같은 1인분을
요구하는 듯...
 
신기한 건
'사모, 사모...' 그러는데
담임목사 사모는 '직분'이 아니다. 
교단 총회 헌법에도 없고,
어느 교회 정관에도 '사모'라는 직분은 없다.
그냥 담임목사의 아내일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왜 그렇게 요구사항이 많은걸까?
목회는 담임목사가 하는데
사모가 그 책임을 같이 짊어지게 만드는가?
그래놓고는 
그에 합당한 대우는 생각지도 않는가?
 
목사와 결혼한 건 죄가 아니다.
오늘날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사람들이
맞벌이를 하는 시대에!
남편의 일과 남편의 일이 
서로에게 간섭되는 일은 거의 없다.
교회는?
 
원래부터도 부당했던 '사모'에 대한 처우를
시대가 바뀌어도 바꾸려들지 않는다. 
 
우선!
청빙을 위한 서류에서 '사모'란은 빼자!
그냥 담임목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간단한 가족 소개 정도로 간소화 하자.
'사모 이력서에, 사모 자기소개서에, 사모 건강진단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선 넘은거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시키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라!
사모는 목사에게 딸려있는 노예계약자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자.
목사의 아내일 뿐이다. 
필요할 때는 남편 목회에 이런 저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걸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사모에 대한 삐뚤어진 관점을 바로 잡는다면
많은 목회자의 가정이 안정될 것이다.
이것은 목회자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 될 수도 있다.